항상 가보자 말만 했지만 가지 못했던 그 곳.. 서킷을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서킷이 100% 처음이냐 하면, 옛날에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테스트 드라이브 5만원 하던 시절에 가 본적은 있습니다.
다만 같이갔던 친구가 스핀을 하면서.. 그 뒤에 탔던 저는 기차놀이만 하다 나오곤 했네요.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노카운트라 생각합니다 ㅎㅎ
국내에 현재 개방된 서킷은 손에 꼽히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인제, 영암, 태백, 용인 정도가 기억나네요.
그 중에서 수도권 일반인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이 인제일겁니다.
다른 곳들은 가격, 개장일 등 제약이 좀 더 있더군요.
그나마 두 번째로 접근성 높은 곳이 아마 영암일텐데요.
거리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우선 영암을 배제한 것이, 개인적으로 영암 레이아웃이 꽤 까다롭게 느껴졌습니다.
심레이싱으로만 느껴봤지만 초보 입장에서 라인을 잡기가 어려운 편이고, 잘못 잡은 라인에 따른 손실이 치명적이거든요.
그래서 고민할 것 없이 남은 인제를 선택했습니다.
서킷을 가기 전, 차량부터 준비해야겠죠?
뭐 서스도 돼 있고, 차량에 큰 문제도 없어서 타이어랑 패드 정도만 바꾸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SUR4G 265 35 18 스퀘어를 구해봤더니 실 사이즈 대비 폭이 너무 큽니다.
크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그래서 기존 8.5J +25 휠에 끼우려던 생각을 접고, 서킷용으로 무난하게 사용되는 9J20 휠을 구해오게 됩니다.
돌출이 싫어서 유지하고 싶었는데, 윈터타이어나 말고 써야겠네요.
새로 산 휠은 하빌리드 S3000이 장착돼 있었는데, 초겨울이라 사실 그립을 느껴보진 못했습니다.
야간에 기온 떨어지면 거의 사계절타이어급으로 날아가더군요.
또 도심 속도 영역에서 타이어 공진 소리가 아주 커서, 정숙한 차량에서는 꽤 빡셀듯 했습니다.
SUR4G로 바꾸고 나서도 겨울에다가 폭설이어서 그립을 전혀 느껴보지 못했네요.
길가에 눈이나 얼음을 밟으면 그냥 하염없이 미끄러지기만 하더군요 ㅎㅎ
다만 의외로 S3000과 비교했을때 정숙성은 훨씬 좋게 느껴집니다.
얼라이는 낚시줄을 이용해 셀프로 측정하긴 했는데, 정확한 값을 위해 타이어샵에 방문합니다.
몇달 전 교량 틈새를 고속으로 넘다 점프를 한 이후로 핸들이 미묘하게 쏠렸는데, 역시나 토우에 이상이 있네요.
제로로 할까 했는데, 막대한 네거티브 캠버에 따른 안쪽 마모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미세한 토인으로 설정합니다.
캠버는 캠버플레이트 풀로 넣으니 -3.2도가 나오고, 반대쪽은 서스 결합부 유격까지 조금 들어간건지 -3.4가 나옵니다.
(덕분에 타이어랑 서스랑 뽀뽀하기 직전입니다.)
패드는 기존에 쓰던 하드론ZS를 빼고 하드론TP로 변경합니다.
리어는 기존에 쓰던 하드론ZR이 많이 남아 유지했습니다.
다른 준비물로는 헬멧과 세션권 정도가 있겠네요.
한스 중고매물도 몇 개 놓치고, 나중에 제대로 탈 생각 생기면 좋은거 사자 싶어서 그냥 알리산 몇천원짜리 살까 했다가
그래도 제 몸은 소중하니까 국내 인증이라도 받은 녀석으로 사자는 생각으로 2만원대 바이크 헬멧을 샀습니다.
인제 동계때는 비수기여서 시즌권을 할인해서 팔기 때문에, 각종 사이트에 잠복하다보면 좋은 가격에 구할 수 있지요.
평일 아침에 방문한 인제스피디움에는 차가 별로 없었습니다.
일반 차량보다 연구소에서 교육 및 시험하러 온 차가 더 많더군요.
너무 일찍 도착해버려서, 라이센스 신청 후 N라운지에서 추위를 피했습니다.
이날 라이센스 주행에는 저 포함 단 세 대만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한 대는 엄청 튜닝된 차(S2000으로 추정)인걸 봐서는 갱신주행인 것 같았네요.
앞 차가 무슨 타이어를 낀건지 돌빵이 어마어마해서 멀찌감치 따라갔습니다.
사람이 적다 보니 두 랩 이후 SC카가 빠지고, 전세낸 것 마냥 주행을 시작하였습니다.
겨울이다 보니 타이어가 안 붙을 것 같아 꽤 조심스럽게 돌다가, 3랩 때 부터 나름 어택을 시도하였습니다.
150m에서부터 브레이크 밟아보고, 점점 더 뒤에서 밟아보고..
이거 2분 안에 들어올 수 있으러나, 내가 탔던 것들이 서킷에선 이거밖에 안 되나 생각하던 찰나, 결국 1:59초를 봤습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제스피디움의 명물이라는 황태라면(무려 만 원!)을 먹고 오후 세션을 예약했습니다.
라이센스 주행 후 가장 부하를 받는 왼쪽 앞바퀴 공기압이 33에서 38까지 올라갔기에, 냉간 25psi로 맞추고 들어가봅니다.
서스 댐퍼 세팅을 바꿔볼까 싶었는데, 라이센스 주행만 타보고 뭘 아나 싶어서 그냥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주행해 보니 1:57로, 2초가 줄었습니다!
찍었던 RaceChrono 영상을 보며 라인을 조금 더 고민해봅니다.
댐퍼 세팅을 바꿀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이번에도 내버려 두었습니다.
(사실 세팅 바꾸려면 작키로 차 띄워야돼서 귀찮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탔던 오후 두 번째 세션에서 대망의 1:55가 나왔습니다!
이번 기록은 대충 노베이스인 사람이 1년 정도, 베이스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 한 시즌 안에 나오는 성적인 것 같습니다.
제 차량 정도의 스펙으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 예상 한계치는 대략 1:51 ~ 52 정도 돼 보입니다.
보통 심레이싱 좀 한 사람들은 N같은거로 처음 가면 2분 앞뒤로 나온다 하니, 제법 괜찮은 기록을 얻었습니다.
20년 가까이 해 온 심레이싱 짬밥이 어느정도 먹혔다고 볼 수 있겠네요 ㅎㅎ
(물론 스트릿에서 쨉쨉한 것도..)
심레이싱을 오래 하긴 했지만,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더 고수분들이 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궁금하네요.
인제가 고저차가 심해서 무섭다는 평이 많던데 가장 무서운 1번코너, 그리고 묘하게 날아갈 듯한 공포감이 느껴지는 15번 16번 코너에 적응하니 공포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곳에서도 초가 줄기 시작했고, 라인도 그려지기 시작하더군요.
영상으로 복기해보면, 제일 눈에 띄는 게 헤어핀 쪽에서 손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또 참으면서 돌아야 하는 곳인데.. 초짜 특으로 진입 때 인으로 일찍 찔러버렸더군요.
라인 개선하면 1~2초는 줄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봅니다.
마지막 세션때 쿨링을 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냥 냅다 달리다가 나왔더니 패드에서 연기가 나더군요.
주차장에서라도 천천히 주행하면서 식혔어야 했겠지만, 잘 모르고 본넷만 열어뒀더니 휠이 엄청 뜨거워졌습니다.
어느정도냐면, 휠 캡이 녹아서 떨어졌습니다 ㅋㅋ
패드도 뜨거워졌는지 식기 전 까지는 쑥쑥 들어가더라구요.
타이어는 몇 세션 더 타기에는 충분히 남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캠버를 제법 많이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서킷 주행이라 그런지 인아웃 골고루 사용했네요.
보통 SUR4G가 언더로 밀고 가면 엄청 상하는 타이어로 유명하던데요.
아직 그립에 적응하지 못해서 타각을 많이 못 넣었고, 덕분인지 그런대로 상태가 나쁘진 않네요.
대충 유튜브 영상들과 비교했을 때, 횡그립을 좀더 쓸 수 있는 부분이 있어보입니다.
아, 우려했던 서스 간섭은 아주 미세한 수준으로 있는데.. 타이어 수명 다 쓸 때 까지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남들 다 하는 수준의 튜닝만 돼 있어서 서킷에서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처음 써 본 SUR4G나 하드론TP 모두 세션 끝까지 크게 떨어지는 것 없이 잘 버텨주었고, 잔량도 꽤 돼서 하드웨어 변경은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초짜여서 제동을 막 했더니 진동이 좀 생긴 것 같아 디스크 로터정도는 살펴봐야겠네요.
아, 추가로 안드로이드 올인원도 손봐야 될 것 같네요. 8번에서 연석 세게 밟았더니 쏟아져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서스펜션은 어떻게 세팅할 지 조금 고민이 되긴 합니다.
보통 서킷 후륜차들은 윙 큼지막한거 달고 리어에 어마어마한 스프링을 끼우던데..
Divorced 타입에 10kg라는 꽤 빈약한(?) 레이트 덕분인지, 아니면 순정 스포일러가 보기보다 제법 역할을 하는건지 리어가 꽤 안정적이어서 좀더 공격적으로 가볼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댐핑은 조금씩 바꿔봐야겠는게.. 1번에서 4번까지 무언가가 바닥을 쓰는 소리가 납니다 ㅋㅋ
하중 실릴 때 왼쪽 리어가 너무 압축된 느낌도 있고, 특히 3번 코너에서 오른쪽을 확 칠 때 크게 납니다.
265 35 18 끼우면서 차고가 더 낮아져 버린 탓이 제일 크겠지만, 서킷 입문한 지금 차고를 올리기는 조금 아쉽습니다.
(지하주차장 들어갈 때 마다 준비엘 배기가 바닥에 열심히 비벼댑니다.)
댐핑을 적당히 올려서 확 치는 것만 줄도록 하면 그나마 어떨까 싶네요.
이래나 저래나 망한 회사 서스펜션이어서 적당히 터질 때 까지 갈궈봐야겠어요. 신품 내린건데 ㅠㅠ
사실 가장 바꾸고 싶은건 가죽이 다 반질반질해져서 엄청나게 미끄러지는 순정 시트와 핸들입니다.
평소처럼 4점식 벨트에 매달리듯이 타다가, 5번 6번에서 1.4g까지 찍히던 그립에 적잖이 당황했거든요.
덕분에 라이센스 주행 때 적응 안 된 상태에서 우코너 중 3->4단 넣다가 2단 들어가는 불상사가 ㅠㅠ
하지만 시트 변경은 자동차검사 불가 사항이고, 핸들리모컨과 에어백을 포기하는것도 아쉽네요.
그나마 시트 한 칸 세우고 풋레스트를 엄청 세게 밀어서 엉덩이와 요추를 시트에 박아버리면 그런대로 홀딩이 되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쿼트를 열심히 해야겠네요..
두세랩 어택 후 한 랩 쿨링 이런 식으로 운영했더니, 유온 수온도 105도를 넘지 않더군요.
한여름에는 등산만 해도 110도를 훌쩍넘어가던데 역시 겨울입니다.
다만 파워스티어링 펌프는 쿨러 없이 얼마나 버텨낼 지 장담은 안되네요.
타이어 열간 상태에서 Ig on 만 했을 때, 스티어링 조작이 매우 힘들 정도로 그립이 올라오더라구요.
세션권을 다 쓰지 못했기 때문에, 이걸 다 쓰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예상컨대 1:52정도 찍으면 그 이상으로는 돈이든 시간이든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마지노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기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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